말레이시아 제일 흔하게 보이는 풍경 - 팜나무 농장

2023. 8. 28. 15:46말레이시아

 

필자는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만 주말이 되면 셀랑고르나 말라카 등 다른 도시로 가끔 놀러 가는데요, 갈 때마다 보이는 풍경은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팜나무 농장의 모습을요.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팜나무를 보고 있자면 파란 하늘 밑에 초록색 팜나무가 예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저 팜나무 농장에서 길을 잃었다가는 목숨을 잃겠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어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필자같이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잠깐 머물다 가는 여행자들도 팜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세계 1위, 2위 순위를 두고 다투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지요. KOTRA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와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팜유 생산의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팜나무를 보다 보니 팜유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알아보았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수출 자원인 팜유는 어떻게 생산되는 걸까요?

 

 

 

1. 팜유는 팜나무의 열매에서 추출됩니다.

 

열매가 주황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하며 크고 꽉 차 있는 상태가 되면 수확을 시작합니다. 수확하여 열매와 씨앗을 분리하는 처리과정을 거칩니다. 씨앗이 바로 팜유 추출의 주요 원료입니다. 씨앗의 껍질을 벗기고 압착하여 기름을 추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추출한 기름은 정제 과정을 거쳐 깨끗하고 사용 가능한 형태의 팜유로 변환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제된 팜유는 아주 다양하게 쓰이는데요, 식용유와 같은 기름으로 쓰이거나, 빵 베이커리의 재료, 휘핑크림, 가공 식품, 화장품, 세제까지 폭넓은 쓰임을 갖고 있습니다. 

 

팜유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라면, 과자와 인스턴트 크림, 프림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다른 식물성 기름이 비해 팜유는 같은 재배 면적에서 10배 정도의 양을 생산할 수 있어 가성비 면에서 최고의 기름이죠. 포화지방이 많아 고온으로 가열해도 잘 부패되지 않아 보존성이 좋고 튀김 기름으로 적합합니다. 그래서 라면을 팜유로 튀긴다고 하네요!  또한 말레이시아 특산품으로 뜬금없이 초콜렛이 추천되는 것 혹시 아시나요? 바로 팜유 때문입니다. 초콜릿을 만드는데 고급 팜유를 얼마만큼 쓰는지에 따라 초콜릿의 품질이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들이 말레이시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최고급 등급의 초콜릿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죠.  비누에 넣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비누화 반응이 쉽게 잘 일어나며, 단단하고 거품 잘 나는 비누를 만드는 데는 팜유가 최고 라고 하네요. 

 

이처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에 팜유를 빼놓고는 공장들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수입원이기도 한 팜유! 정부차원에서 팜농장을 주력으로 밀어주기 때문에 고개만 돌려도 팜나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팜유 오일 산업이 국가경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된다고 하니 정말 국가 차원에서 밀어주는 사업이라 하겠네요. 

 

 

 

2. 팜유는 지구의 눈물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것은 아닌데요, 팜나무 대량 생산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팜나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열대우림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기존의 원시림을 파괴하면서 살고 있던 동식물뿐만 아니라 희귀종과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이 사라짐에 따라 이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계속해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나무를 밀어버린 허허벌판에서 오랑우탄이 영양실조로 죽거나 혹은 팜나무 농장에 방해가 된다며 현지인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하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나무를 태워버리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여 인근의 싱가포르, 필리핀이나 인도, 호주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팜나무를 심을 때 엄청난 량의 비료와 농약들이 투약됩니다. 이 같은 약들이 땅을 오염시키고 그 땅에 사는 주민들과 동물들의 호흡기에 들어가게 됩니다. 질병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약들이 땅의 지하수를 통해 물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오염된 물로 인해 바다 생태계가 교란되는 것을 물론, 엄청난 양의 물자원이 팜농장에 가게 됨에 따라 물자원 고갈로 이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팜유는 지구의 눈물이라고도 불립니다. 

 

 한 나라의 팜유 생산 독점은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시장 경제에도 교란을 끼칠 수 있습니다. 팜유를 독점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팜나무로 인한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나니 말레이시아의 풍경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마냥 기분 좋은 경치라는 생각은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환경오염 때문에 누텔라에서는 더이상 팜유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초콜릿 회사로 환경보호 운동의 선두에 선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같은 대기업의 행보에 동참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도록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